유전자 변형으로 전염력이 강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의 희망이 움트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포를 자극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위스 등이 변종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영국에서 급속도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첫 발견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7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영국발(發) 입국자 3명에게 확보한 검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던 가족으로, 지난 22일 입국했다.
이와 별개로 영국에서 지난달 8일과 이달 13일 입국한 다른 일가족 4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영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격리 면제 조처를 안 하고 아예 14일간 격리하고 있다"면서 "영국발 입국자의 경우 자가격리 들어갈 때 한 번, 끝날 때 한 번 '이중체크'를 통해 강력하게 관리하는 체계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지난 9월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7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를 의무화했다. 이 조치를 두고 윤 반장은 "입국금지에 준하는 조처"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남아공발 입국자도 입국 시 발열 체크를 강화하고 격리해제 전 추가 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노르웨이와 포르투갈, 요르단에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새로 확인됐다. 이로써 한국을 포함해 변이 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된 나라는 20여 개국으로 늘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NIPH)는 2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달 초 영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2명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전했다. 연구소는 정확한 감염 시점과 감염자들의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거주자나 방문자가 현지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국하는 전형적인 양상이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 변종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온 입국자들이 출발점으로 추적됐다.
라인 볼트 공중보건연구소 소장은 “추가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가 실험과 긴밀한 근접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조심해야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변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오는 29일 정오부터 영국발 여객기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동국가 요르단의 보건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지난 19일 영국을 방문했던 한 부부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이 부부는 자가격리 중이며 상태는 양호하다고 한다.
포르투갈 보건당국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공개했다. 포르투갈 보건당국은 이날 “영국에서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으로 온 여행객들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당국은 감염자의 수나 발견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국가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덴마크·스위스·스페인·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포르투갈 등 유럽국가와 레바논·이스라엘·요르단 등 중동국가,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홍콩·한국 등 아시아 국가, 호주와 캐나다 등 모두 20여 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이웃 일본에서는 50대 여성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 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8명으로 늘었다.
지난 14일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변이 바이러스 발생 사실을 공개하며,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렸다. 18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이어 나이지리아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현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가 기존 바이러스와 같기 때문에 현재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에 실린 인터뷰에서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백신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연구와 시험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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